한국공정무역마을 운동에 동참하는 여러분께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공정무역을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월드소셜 포럼이 열리던 뭄바이 한켠의 작은 동네, 가난한 골목길이었습니다.
그 골목 속에서 마주한 희망의 풍경이 저를 이렇게 먼 곳까지 여행하게 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거센 지진 속에서도 커피생두를 소중히 지키던 네팔 농부들,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공정무역 올리브를 세상을 향해 내어 보내는 팔레스타인 농부와 평화운동가들,
청부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으면서도 마스코바도 설탕과 자립가능한 유기농 소농의 길을 지켜가기 위해 사탕수수를 지키고, 삶을 위한 농사와 마을을 지켜가던 필리핀 네그로스 사람들…

부족한 가운데서도 공정무역마을 위원회의 한국 코디네이터라는 중책을 맡기 위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 길 위에서 마주한 희망에 대한 기억과 믿음 때문일 듯 합니다.
무엇보다 공정무역의 근원은 대단한 전문가나 거대한 도시 한 가운데 화려한 쇼윈도우가 아니라 좁고 가난한 인도의 골목길, 작은 마을과 공동체 속에서 사람들에 의해 피어나기
시작한 삶의 희망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2017년 4월, 새롭게 시작된 한국 공정무역 마을위원회는 인천시의 첫 공정무역 도시 인증을 시작으로 서울시, 경기도 등 공정무역 도시운동의 큰 물결이 시작되는 소중한 시간 앞에 서 있습니다.
공정무역은 이제 커피, 설탕, 수공예 같은 물건의 변화를 넘어 마을과 학교,
도시와 지역을 공정함이란 새로운 기준으롭 바꾸어 가는 새로운 걸음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운동을 통해 이 세계에 자선무역과 자유 무역 사이에 공정무역이라는 새로운 기준과 대안의 길을 열어 왔듯이 공정무역 도시 운동이 양극화로 고통받는 우리 사회 안에 공유와
연대의 경제로 새로운 관계의 틀을 짜 나가고 도시의 비전을 제시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를 소망하고 기대합니다.

함께 해 주신 걸음들, 또 함께 걸어주실 먼 길, 모두 고맙습니다.

한국공정무역마을 내셔널 코디네이터
임영신